고혈압약, 발기부전 유발한다는데 사실일까?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발기부전 등 성 기능장애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한창일 30~40대에도 발기부전, 성욕감소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갑자기 성기능장애가 생겼다면, 최근 복용한 약이 있는지, 어떤 약을 먹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약물이 성기능 장애를 일으키고, 이 약물들은 대체로 성 기능과 아무 관계 없어 보인다.
어떤 약물이 예상치 못한 성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지, 왜 성 기능 장애를 유발하는지 알아보자.
고혈압약, 당뇨약부터 위장약까지 성 기능 영향
성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은 생각보다 더 굉장히 다양하고, 의외의 약물인 경우가 많다.
중년 이후엔 복용하지 않는 사람을 더 찾기 어렵다는 고혈압약 등 심혈관계 질환 치료제는 물론이고, 누구나 한 번쯤은 먹어봤을 진통제, 위장관 질환 치료제도 성 기능에 영향을 준다.
성 기능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심혈관계 질환 약물로는 고혈압, 심장질환 등에 사용하는 이뇨제(티아지드, 스피로놀락톤, 루프계 이뇨제, 클로르탈리돈),
중추 신경작용교감억제제(클로니딘, 알파메틸도파), 베타-차단제, 알파 차단제(프라조신, 테라조신),
혈관확장제(하이드랄라진), 항부정맥제(디옥신, 디스피라마이드), 항콜레스테롤제(스타틴, 섬유, 나이아신) 등이 있다.
이 약물들은 발기부전, 성욕감소를 유발할 수 있고, 알파 차단제의 경우 드물게 발기지속증이나 역행사정을 유발하기도 한다.
정신질환 관련 약물 중에도 성 기능 장애를 유발하는 성분이 많다.
항우울제로 많이 사용되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 삼환계 항우울제.
트라조돈, 항정신병약, 벤조다이아제핀을 비롯해 중추신경계 약물 계열인 메틸페니데이트, 항바이러스제로 파킨슨병 등에 사용하는 아만타딘 등도 성 기능에 영향을 준다.
특히 SSRIs은 성욕감소나 발기부전 외에도 무극치감증, 사정장애를, 항정신병약은 사정·극치감 장애와 발기지속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돼 있다.
메틸페니데이트와 아만타딘은 발기부전이나 성욕감소가 아닌 성욕과다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도 알려졌다.
위장관질환 약물로는 역류성 식도염, 위염 등에 사용하는 H2수용체차단제(특히 시메티딘), 양성자펌프 억제제, 항구토·구역제 메토클로프라미드 등이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H2수용체차단제와 PPI는 여성형유방증이 이상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다. H2수용체차단제는 발기 시 통증을 동반할 수도 있다.
그 외 성 기능에 영향을 주는 약물로는 다발성 경화증, 척추소뇌변성증 등에 사용하는 바클로펜, 항경련제 페니토인,
뇌전증이나 통증 등 다양한 질환에 사용하는 가바펜틴, 다양한 통증 질환에 사용하는 프레가발린, 마약성 진통제에 속하는 아편(오피오이드), 트라마돌이 있다.
일반의약품 진통제 성분으로 자주 사용돼 친숙한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 스테로이드 계열인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이나 항암제 등으로 사용하는 메트트렉세이트 등도 사정장애, 발기부전, 성욕감소, 무극치감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관련 없어 보여도.. 성 관련 호르몬·신경 영향
비뇨기과 약도 아닌 약물들이 성 기능에 영향을 주는 이유는 매우 복합적이다.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이 약물들은 성 기능의 특정 단계에 영향을 준다.
성 기능의 경우 성적관심-각성·발기-안정기-오르가슴·사정-해결 등 총 5단계로 나뉘는데, 약물이 특정단계에 개입해 영향을 주는 것이다.
한국병원약학교육연구원 안현영 위원장은 “리비도 단계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은 주로 중추에 작용해 진정효과를 주거나 호르몬 생성을 방해해 성적 욕망을 감소시키고,
자율신경계에 간섭하는 약물은 발기부전, 사정과 오르가슴을 저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현영 위원장은 “예를 들어 항정신병약이나 항우울제 중에는 도파민을 차단하는 약물이 있는데, 도파민은 동기 유발과 욕구에 주는 약물이다”며
“즉, 약물로 인해 도파민은 성적 능력, 흥미 유지 등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이기도 한데 약물로 이 부분이 차단되다 보니 연관된 성 기능 장애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발기부전 문제는 여러 약물이 혈관과 신경에 영향을 준 결과물이라고 전했다.
안현영 위원장은 “발기는 아드레날린, 아세틸콜린과 NANC간의 국소조절로 이루어진 것으로, 혈관과 신경이 협업한 결과물이다”고 말했다.
이어 “발기가 되려면 NO와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 평활근 이완과 음경 동맥의 혈관 확장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SSRI와 같은 일부 약물은 NO의 활성을 낮춰 발기부전을 유발한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또한 발기는 동맥혈관이 확장되어 음경 해면체에서 피가 꽉 차서 부풀어 오르고 정맥은 닫혀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고혈압약, 이뇨제 등은 전체적인 체액을 감소시키고, 혈압을 낮추므로 음경으로의 혈액이 감소, 발기능력이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교감신경계는 발기와 사정에 관여하고, 테스토스테론 분비 자극에 관여하는데 고혈압 차단제인 베타차단제는 교감신경계를 억제하고,
플루타마이드나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 고나도트로핀 분비 호르몬 유사체 등은 테스토스테론 활성을 방해하니 성욕감소부터 발기부전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 기능 문제 생겼다면 약 중단 말고 교체해야
갑작스런 발기부전의 원인으로 약물이 의심된다 해도 마음대로 약을 끊어서는 안 된다.
위의 약물들은 일차적으로 생명과 건강을 위해 반드시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약물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범석 전 국립재활원장은 “약을 복용하고 나서 갑자기 성 기능이 떨어지고, 성욕이 떨어져 삶의 질이 떨어졌다고 해서 갑자기 복용하던 약을 중단하면 안 된다.
위의 약물들은 주로 만성질환약이고 꾸준히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위의 약물들이 성 기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나, 만성질환은 그 자체로 성기능장애를 유발함을 명심해야 한다”며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이 잘 치료되면 성 기능도 개선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원장은 “특정 약을 복용하고 나서 성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면 의사와 상담을 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의사와 충분한 상담 후 성 기능에 영향이 적은 약으로 변경이 가능하다.
같은 계열 약이라도 A 약에는 발기부전이 생기고, B 약에는 생기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