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과일로 가장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수박은 조선시대만 해도 아무나 넘볼 수 없는 귀하신 몸이었다.
세종 5년에 내시가 수라간에서 수박을 훔쳐먹었다가 곤장 100대 맞은 후 귀양살이하게 됐다는 사건이 있는가 하면,
연산군 일기에서는 수박을 구해오라는 명을 어긴 북경 길 사신의 집안을 단번에 몰락케 한 사건도 있다.
값어치가 높은 과채로 여겨져 수박을 치하의 선물로 사용하기도 했다.
영조 36년에는 공부에 열심인 유생들에게 수박을 주며 노고를 위로했다.
몸 값 높았던 수박은 박속에 담은 물이라는 이름 그대로 91~95%가 수분으로 이뤄져 오늘날 최고의 수분 공급 과일이다.
아무 때나 먹어도 물만큼 수분섭취가 가능하다.
근육통 완화, 비아그라와 같은 효과
특히 수박은 격렬하게 운동을 한 뒤에 먹으면 좋다.
근육통 완화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페인에서 나온 연구에 따르면 운동을 한 뒤 발생하는 근육통을 누그러뜨려준다.
운동하기 한 시간 전에 수박주스 약 473㎖를 마신 선수들은 근육통이 덜 발생했고 심장 박동수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박 속 시트룰린이라는 성분 덕분이다.
시트룰린이 동맥 기능을 향상시키고 혈관을 이완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이런 작용 때문에 운동뿐 아니라 남성들의 정력에도 좋다.
미국 텍사스 A&M 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수박은 비아그라와 같은 효과도 발휘한다.
만성 두통이나 편두통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도 수박이 좋다.
수박의 수분에는 마그네슘 등 탈수를 없애는데 필요한 영양소가 풍부해서 탈수로 인한 두통을 완화시킬 수 있다.
토마토보다 항산화물질 라이코펜이 3-6배나 높은 것도 수박의 매력이다.
몸 속에서 세포를 손상시키고 면역체계를 혼란시키는 유해산소를 막아준다.
라이코펜은 심장질환과 몇 가지 종류의 암을 퇴치하는 데 도움을 주며, 특히 암세포 성장을 도모하는 주요 조절 인자인 IGF-1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박은 이 라이코펜의 월등 과일이다.
씨앗과 껍질도, 버릴게 없어.
수박 씨앗들도 버릴 게 없다. 좋은 영양소가 푼푼하다.
단백질, 지질, 리놀렌산 등이 풍부해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떨어뜨리는데 도움이 된다.
혈압을 낮추고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역할도 한다.
중국에서는 수박 씨로 간식거리를 만들어 먹고, 아프리카에서는 수박 씨 기름을 이용해 요리를 한다.
수박 씨앗 100g에는 지질이 22.90g 함유돼 있는데, 이 지질은 영양소 중에서 가장 많은 열량을 내는 물질이다.
빨간 과육에는 단백질이 부족한데, 수박 씨가 단백질을 보충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씨 100g당 단백질이 19.30g 함유돼 있다.
하얀 살 박힌 껍질도 먹을 수 있다.
아미노산의 일종인 시트룰린이 풍부하다.
앞서 정력에 좋다는 시트룰린은 혈관을 이완시키는 역할을 해 심장과 각 신체 기관에 보다 원활한 혈액 공급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속살 만큼 수분 함량이 높아 체내 수분 공급에 좋고, 비타민C와 칼륨이 풍부하다.
수박을 고를 때는 꼭지보다는 줄무늬가 선명한지, 무늬의 좌우대칭이 좋은지를 본다.
손으로 통통 두드렸을 때 맑고 튕기는 소리가 나면 싱싱하다는 뜻이다.
땅에 닿았던 배꼽 부분이 작으며 노랗고, 눌렀을 때 탄력이 있으면 달고 맛있다.